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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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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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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다.



어린 모습의 내가 울고 있다.



가슴에는 낡고 더러워진 1권의 앨범을 안고.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울고 있다.



어린 내가 앨범을 펼친다.



거기에 붙여진 사진은 모두, 여기저기 찟겨 있고.

그 중에는 피가 검게 들러붙어 있는 것까지 있어서.

하나도 남김없이 버리고 싶어, 그렇게 생각하고 힘껏 뜯어내려고 하지만.



아무래도 무리라는 것을 깨달아, 어린 나는 단념한다.



앨범채로 버려버릴까?



그런 욕구도 머리를 스쳐지나가지만, 물론 그런 것을 할 수 있을리가 없고.



결국 사진을 보는 것이 괴로워져, 나는 앨범을 덮고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 눈 앞을, 앨범에 찍혀 있던 사람이 지나간다.

긴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여성.



나는 서둘러 일어서서, 앨범을 펼쳐 그 사람에게 보였다.



「 미안해. 줄곧 사과하고 싶었어. 」



그러면, 분명히 사진이 깨끗해진다.

나는 순진하게 그렇게 믿고, 그 사람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앨범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어머. 이건 내가 아니야 」



나는 사진과 그 사람을 번갈아 본다.

정말이다.

매우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다.



또, 눈 앞을, 앨범에 찍혀 있는 사람이 지나간다.

담배 냄새가 나는, 키가 큰 남자.



나는 서둘러 일어서서, 앨범을 펼쳐 그 사람에게 보였다.



「 미안해요. 줄곧 사과하고 싶었어요. 」



그러면, 분명히 사진이 깨긋해진다.

나는 순진하게 그렇게 믿고, 그 사람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앨범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런. 이 녀석은 내가 아닌데 」



나는 사진과 그 사람을 번갈아 본다.

정말이다.

매우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다.



또, 눈 앞을, 앨범에 찍혀 있는 사람이 지나간다.

주근깨가 인상적인 귀여운 여자아이.



나는 서둘러 일어서서, 앨범을 펼쳐 그 아이에게 보였다.



「 미안해요. 줄곧 사과하고 싶었어요. 」



그러면, 분명히 사진이 깨긋해진다.

나는 순진하게 그렇게 믿고, 그 아이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앨범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거, 내가 아니야. 미안 」



나는 사진과 그 아이를 번갈아 본다.

정말이다.

매우 닮았지만 다른 사람이다.



또, 눈 앞을, 앨범에 찍혀 있는 사람이 지나간다.

조금 어리버리하고, 너무나 그리운 남자아이.



나는 서둘러 일어서서, 앨범의 가장자리로 그 아이의 머리를 때렸다.



「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거야 !계속 말하고 싶은게 있었으니까 ! 」



그러면, 분명히 사진이 깨끗해진다.

나는 순진하게 그렇게 믿고, 그 아이를 돌려세웠다.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올려보고, 토라진 것처럼 날카롭게 말했다. .



「 뭐야 갑자기 ! 뭐하는 거야? ! 」



「 시끄러워 ! 이거 보라고 !

 당신 탓으로, 나 보기 흉하잖아 ! 」



그렇게 말하고 앨범을 펼쳐, 그 아이가 찍혀 있는 사진을 보인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앨범을 보고, 놀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이거, 내가 아니야 」



「 뭐? ! 무슨 멍청한 소리야, 어떻게 봐도 당신이잖아 ! 」



「 내가 아니야, 닮았지만 달라. 」



「 내가 당신을 못 알아볼리가 없잖아 ! 」



「 하지만 달라. 잘봐」



나는 사진과 그 아이를 번갈아 본다.



역시 이 아이다.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새로운 사진이 되자, 과연 사진의 남자아이와 눈앞의 남자아이의 모습은 동떨어져 간다.



「 이봐, 역시 다르잖아. 내가 아니야 」



나는 눈앞이 깜깜해져,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화해해야 되는거야? 」



「 그 아이를 찾으면 되잖아 」



「 안돼. 어디에도 없어, 여기에는 당신 밖에 없다고. 」



「 그래서, 나와 화해 하는 거야? 」



「 그래. 당신과 화해 하고 싶은거야 」



「 하지만, 우리들 싸움같은 것 하지 않았잖아 」



「 그래도 좋아. 화해 하고 싶은거야 」



「 나로 괜찮은거야? 」



「 당신이 괜찮은거야」



「 정말로? 」



상냥하게 그렇게 미소 지으며, 소년은 나의 손에서 앨범을 가져갔다.

그리고, 천천히 오래된 페이지를 펼친다.



거기에는, 빛이 날정도로 아름다운, 많은 사진이 펼쳐져 있었다.



「 매우 아름다운 사진이네 」



「 여기에 찍혀 있는 것은 확실히 우리들이야 」



「 그렇지만, 뒤 쪽의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은 우리들이 아닌걸 」



「 정말로, 우리들의 사진으로 바꾸어도 괜찮은거야? 」



그들과 찍은 사진은, 분명히 같은 만큼의 빛을 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순진하게 그렇게 믿고, 만면의 미소로 끄덕였다.



「 이쪽의, 더러워진 사진은 없어져 버리는데, 정말로 좋은거야? 」



거듭해서 질문을 받아, 어린 나는 대답을 주저했다.



새로운 사진은 매우 매력적이지만, 낡은 사진을 버리는 것은 매우 슬프다.



「 양쪽 모두 가질 수는 없는거야? 」



「 우리들이 찍혀 있는 사진은 전부 남길 수 있어.

 그렇지만, 우리들을 닮은 사람들이 찍혀 있는 이쪽의 사진은 버리지 않으면 안돼 」



「 니가 기억할 수는 있어.

 그렇지만, 그것을 누군가와 함께 볼 수는 없어 」



「 ......그러면......어쩔 수 없네......」



「 정말로 좋은거야? 」



「 정말로 버릴 거야? 」



「 괜찮아. 이제 필요없는 걸.

 그거야, 이런 사진, 봐도 괴로운 것뿐이니까.

 아름다운 사진만 있으면 되는거야.

 더러운 사진은 이제 필요 없는거야 」



「 그래. 그러면, 버려버릴까 」



그렇게 말하고, 긴 검은 머리의 여자가, 내 손에서 앨범을 가져간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뜯어낼 수 없었던 더러운 사진.

그것을 차례차례 뜯어, 찍찍 찢어 바닥에 버린다.



「 과연, 이건 심한 사진뿐이네.

 버리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



담배 냄새가 나는 남자가, 그 작업에 참가했다.



낡고 더러워진 사진들이, 차례차례 찢어져 간다.



「 이제부터는, 우리들이 함께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줄테니까. 」



주근깨가 인상적인 여자아이가, 그 작업에 참가했다.



잘게 찢겨 바닥에 떨어지는 사진들이, 활활 소리를 내며 불탄다.



「 그러니까, 너는 이제 울지 않아 괜찮아. 괴로워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과할 것도, 감사를 할 것도, 화해를 하는 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 」



어리버리한 남자아이가, 그 작업에 참가했다.



나는--그 말에, 기묘한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



「 괜찮아.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아니니까 」



검은 머리의 여자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 사과하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 괜찮아.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아니니까」



담배냄새가 나는 남자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 감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거야? 」



「 괜찮아.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아닌 걸 」



주근깨가 인상적인 여자아이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 화해 하지 않아도......되는거야? 」



「 괜찮아. 왜냐하면, 그것은 내가 아닌 걸」



어리버리한 남자아이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어린 나는, 뭔가 심한 위화감 같은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잊어버리라고, 그런 일 」



「 잊어버리는게 좋은거야 」



「 잊어버려도 좋은거야 」



「 잊어도 돼 」







잊어도......되는거야?







모두가 일제히 끄덕였다.



나는 모두에게 허락을 받고, 그리고 그 위화감을 애써 잊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것은 매우 괴롭고 괴로운 일이니까.

그것을 잊어도 괜찮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왠지 아픔을 호소하는 가슴을, 무시하고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 이 사진이 마지막이구나 」



「 이런--그래도, 이 사진만은 아름답네 」



그 말에 얼굴을 들자, 거기에는 빛을 내는 사진이 한장.



「 --그것은......」



매우 중요한 사진이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얼마 안되는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는 사진이었다.



「 안돼. 이 사진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거야 」



「 어, 어째서......? 」



「 우리들과 함께 만드는 앨범에, 이 사진을 넣을 자리는 없어 」



「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데 ! 」



「 그렇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



「 지금까지 찢어 버린 사진 전부를 주워 모아 짜맞춰

 다시 앨범에 되돌린다면, 그 사진을 버리지 않고 남길 수 있어.

 그것이 싫으면, 그 사진도 똑같이 찢어 버릴 수 밖에 없어.

 니가 선택해. 후회가 없도록 」



나의 작은 손에 건네지는 사진.



그 빛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마음을 맑게 해주고, 눈물이 나올 정도로 편안해지는 것이었지만,



「 ......이 사진을 버리면, 쭉 함께 있어 줄래......? 」



「 그래. 쭉 함께야 」



「 ......이 사진을 버리면, 나, 행복해 질 수 있어......?」



「 그것은 너하기 나름이야

 ――그렇지만, 이봐 」



어리버리한 남자아이가, 손에 몇장인가 사진을 들고 나에게 보인다.



「 우리들과 함께 찍은 새로운 사진.

 매우 아름답고, 따뜻하지? 」



그것은--행복의 상징.

내가 줄곧 갖고 싶어하던 것.



나는 궁지에 몰린 것같은 눈을 하고 수중의 사진을 내려다 보았다.



이 사진을 찢어 버리면, 내 앨범은 아름다운 사진만으로 채워진다.



나는 고통을 견디듯이 입술을 힘껏 깨물고, 단숨에 사진을 찢었다.



이것으로, 내 앨범을 바꿔 붙일 수 있다.

그것은 너무나 기쁜 일일 것이다.

그럴텐데.



어째서 나는 울고 있는걸까



어째서 나의 가슴은, 이렇게 큰 상실감에 시달리고 있는걸까



갑자기 경치가 바뀐다.



본 적이 있는 아파트의 일실.

돌아오는 사람조차 없고, 빛이 사라져 혹한에 의해 지배된 무인의 방.



그, 한쪽 구석에서.



작은 하얀 개가, 외로움에 초췌하게 굶어 야윈 모습으로 숨이 끊어지고 있었다.



나는 절규한다.

유해로 달려가 꼭 껴안아 주고 싶은데, 어떻게해도 다가갈 수가 없다.



「 어디에 가는거야? 」



「 그 아이가 있는 곳이야 ! 」



「 어째서?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



「 아무래도 상관없는게 아냐 ! 그 아이가 죽어버려 ! 」



「 이미 죽었어 」



「 거짓말 ! 어째서 그 아이가 죽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 」



「 니가 그것을 바랬으니까 」



「 그렇지 않아 ! 나는 그런 것, 한번도 바랬던 적 없어 ! 」



「 그러면 어째서, 그 사진을 버렸어? 」



「 사진......?」



「 너는 그 개보다 우리들을 선택했어. 그렇지? 」



「 아니야--달라, 그런 것이 아니야......! 」



「 무엇이 다른 거야? 」



「 그거야,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 」



「 거짓말이야. 사실은 알고 있었잖아? 」



「 그만둬 ! 그런 것 말하지 마 ! 」











「그러니까--이걸로 좋은거냐고 물어보는 거야 」











차갑게 나를 꿰뚫어보는 붉은 눈동자.



나를 잔혹하게 비웃는 목소리가 감싼다.



그만둬.

그만둬.



나를 괴롭히지마.



나는 단지--행복해 지고 싶었던 것 뿐인데.



갑자기 솟아오르는 역한 냄새.

――걸죽하게 탁해진, 그것은 썩은 냄새.



얼굴을 돌려 코를 막고, 나는 냄새의 원인을 찾는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썩어 있는 곳은 없다.

그런데도, 코를 막아도 썩은 냄새는 가시지 않는다.



그리고 눈치챈다.



이 무서운 악취는, 어디선가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다.







이 냄새의 주인은.

썩어 가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검게 변색되어 붕괴되는 자신의 육체에 날뛰면서,



나는--











「――아스카 ! 」



나를 열심히 부르는 목소리가, 나의 의식을 현실로 되돌렸다.



눈을 뜨자, 그곳에는 나를 걱정하는 듯 내려보는 신지의 얼굴이 있다.



신지는 얼굴을 찡그리고, 나를 덮는 것 같은 자세로 숙였다.



「 다행이다....... 굉장히 시달리고 있었으니까, 걱정했어. 아스카......」



그 말을 듣고 처음, 나는 전신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것을 눈치챈다.

심장의 고동도 빠르다.

크게 울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차가워진 몸에 혈액을 흘려 넣고 있는, 그런 느낌.

덤으로, 꽤나 몸을 뒤척이고 있었던 것일까, 시트도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자신의 팔을 들어 손바닥을 펼쳤다 쥐었다하며 그것을 바라본다. .



「 ......썩지, 않았어......」



「 어......?」



나의 말을 놓쳤는지, 신지가 되물어 왔지만 그것은 무시했다.



멍한 시선으로 자신의 손만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불쾌한 기분을 느꼈는지,

신지가 일부러인 것처럼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네 왔다.



「 아야나미가 데리고 와줬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아스카가 기절해 버렸다고 해서 」



「 퍼스트가......? 」



「 응. 아스카를, 걱정하고 있어.

 지금, 아야나미가 죽을 만들고 있어 」



그 때 나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른 것은, 퍼스트에 대한 감사같은 것이 아니다.







――질투.







전신을 불태워 버릴 것 같은 강렬한 검은 불길이, 분노가 되어 솟아올랐다.



「 내가 악몽을 꾸고 있는 동안, 퍼스트와 노닥거리고 있었단 얘기야......? 」



「 어......」



「 내가ㅡㅡ내가 얼마나 그 여자를 싫어하는지 알면서, 그 여자를 집에 들여?

 그리고, 그 여자와 노닥거리고 있었다는 소리야, 연인인 나를 버려두고서 ! 」



「 무, 무슨 소리하는거야, 아스카 !

 아야나미는 의식이 없는 아스카를 짊어지고 여기까지 옮겨 주었다고?

 인사를 하는게 당연하잖아 ! 」



「 저런 여자에게 도움 받을 정도라면 죽는 편이 나아 ! 」



「 아스카......? ! 」



신지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아니, 경악은 아니고, 그것은 오히려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퍼스트의 갑작스러운 변모에 느낀 것과 같은 감정.

어쩌면 그것이, 지금 신지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



스스로도 바보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 쓰고 있던「10년전의 이 무렵다운 자신」의 가면을

나는 완전히 벗어 던지고, 패배한 감정의 덩어리였던 무렵의 자신이 되었다.



그 이유도 원인도 알고 있다.



하지만, 한 번 토해진 격정은 진정되는 일 없이, 폭풍우처럼 날뛰었다.



「 무슨 소리ㅡㅡ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스카 !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런 말은 너무하잖아 ! 」



「 뭐가 너무해 ? !

 내가 기절하고 있어서 럭키라고 생각했잖아?

 이걸로 퍼스트 녀석과 사이 좋아 질 수 있다라고, 그렇게 생각했잖아 ! 」



「 그럴 리가 없잖아 !

 이상해 아스카, 도대체 무슨 일이야 ! 」



「 이상하지 않아 ! 」



「 이상해 !

 확실히 아야나미와 그렇게 사이 좋은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최근에는 잘 지내고 있었잖아 !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그런 말을 하는거야 !

 그런거, 아스카답지 않아 ! 」



갑작스럽게ㅡㅡ나의 가슴속에서 싹튼 것은, 절망이었다.



그것이 도대체 어째서 태어난 것일까

무엇에 대해 느낀 것일까



그것조차도 모르는 채로, 나의 마음은 균형을 완전히 잃었다.



「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아는 척 말하지 마 ! 」



나는 절규하며, 신지를 쓰러뜨렸다.



「 너, 아무것도 모르잖아 !

 나에 대해서 ! 자신에 대해서 !

 내가 얼마나 더러운 인간인가,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 인간이가 !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뭐가 『아스카답지 않아』야 ! 」



질척질척한 감정이, 타르처럼 끈적거리면서 소용돌이 친다.

숨이 막힐정도의 죄악감.



꿈에서 찢어 버려진ㅡㅡ사진



「 나는 더러운 인간이야 !

 제멋대로에 추악하고 야비해서 !

 마음도 몸도 썩었어 !

 밝고 오만하고 씩씩하다라니, 그런 것 전부 거짓이야 !

 사실은 나--비겁하고, 소심하고, 간사하고......겁쟁이라고......! 」



「 무슨......무슨 소리하는 거야, 아스카......」



찔리 가슴을 누르며 기침을 토하면서, 신지가 비틀비틀 일어선다.

나를 올려보는 눈동자에 섞인 짙은 두려움의 색에, 나의 신경은 한층 더 가시를 늘렸다.



「 당신도 같아 !

 당신 지금, 내가 무섭지?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모르는 인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렇게, 당신은 나를 무서워하고, 퍼스트에게 도망쳤어 !

 전에 퍼스트에게서 나에게 도망친 것처럼 !

 이번에는 나에게서 퍼스트에게로 도망쳤어 !

 그런데도, 뭘 착한 사람인척 하고 있는거야 ! 이 바보 ! 」



「 그만둬 !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 」



비명 같은 신지의 목소리에, 나는 돌연,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눈 앞에는, 고개를 숙이고 주먹을 떨고 있는 신지.

나의 말에 상처 입고 화내며, 나를 거절하고 있는 신지.



――이럴리가 없었다.

이런 일이 되는 것을 바랬던 것이 아니다.



퍼스트에게 자신의 비겁함을 들추어져,

꿈에서 썩어가는 자신의 몸에 공포를 느껴,

격정대로 신지에게 쏫아낸 그 말은,



지금 눈 앞에 있는「이」 신지에게는 「아직」 알 리 없는, 미래의 단죄의 말.



신지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자신이나 나의 약함도 어두움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서로 모든 것을 드러내고 추하게 부딪친 일따윈, 알고 있을리가 없는데.










「이」신지는ㅡㅡ내가 애타게 생각했던 신지가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나의 안에서, 모든 것이 얼음 녹듯이 사라졌다.







종종 가슴을 찌르는 위화감.



거듭된 퍼스트의 말.



그리고, 조금 전 느낀 절망의 진정한 의미.







나는......바보다.......







넘쳐 흘러 떨어지는 눈물을 닦는 일조차 하지 못하고, 나는 어린애처럼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미안해......」



솔직하게 흘러 나오는 말.

신지가 놀란 얼굴을 드는 것을, 기색으로 알 수 있다.



「 미안해......미안해, 신지......미안해......!」



그 말은, 누구를 향한 것이었던 걸까



혹은--둘 모두에게 향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 아--미, 미안, 아스카. 울지마.

 나도 말이 지나쳤으니까......미안해, 아스카......」



그렇지 않아.

그렇지 않다고, 신지.



아무리 말을 다해도, 분명히 당신은 몰라.

당신과 나의 사이에 가로놓여 있는 단절을 덮을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그래도.

신지는 나를, 상냥하게 꼭 껴안아 주고.



그 따스함이 가져오는 확실한 위안에 나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



......역시 나는, 최저의 인간이다.



모든 것을 깨닫고.

그런데도 다시, 이 따스함을 놓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설령 모든 진실에서 눈을 외면하고서라도, 이 평온함에 속고 싶다고 바라고 있다.......



매달리듯이 신지의 등뒤로 손을 돌린다.

신지도 거기에 응해 힘을 넣는다.



그 때.



갑작스럽게 방의 미닫이문이 열렸다.



「 죽. 다 됐는데 」



당황해 몸을 떨어뜨리려 하는 신지에게, 나는 더욱 힘을 담아 매달렸다.



「 아, 아스카 ! 」



신지가 당황하지만, 그런것 신경쓰고 있을 여유는 없다.



――무서웠던 것이다.



지금 이 따스함을 놓으면, 그대로 영원히 되찾을 수 없는 것 아닐까, 하고

그런 일을 생각해 버렸다.



퍼스트의 붉은 눈동자가 냉혹하게 나를 쏘아 본다.



당신은 퍼스트?



그렇지 않으면--저기,「만약 판매꾼」?



하지만, 나도 또, 그 퍼스트를 정면에서 마주 노려본다.



어느 쪽이라고 해도, 나는.......



신지에게서 몸을 떨어뜨리려 하지 않는 나를 향해, 퍼스트가 입을 열려고 한, 그 때.







신지의 휴대폰이 착신음을 울렸다.







「 아, 아스카, 잠깐 미안」



신지가 나의 몸을 떨어뜨리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매달리는 손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단념했는지, 신지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귀에 붙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강하게,

나의 귀까지 닿는, 사투리억양이 강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 신지가 ? ! 』



「 토......토우지? 무슨 일이야, 그렇게 당황해서.

 아, 오늘은 정말 고마워요. 켄스케와 위원장에게도--」



『 그런 느긋한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이다 !

 ――부탁이니까 울지마라 반장. 반장 탓이 아니라꼬 ! 』



스즈하라의 목소리가, 평소의 단순한 떠들썩함이 아니라.

다급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나보다 스즈하라와의 교제가 깊은 신지는,

그것이 좀 더 절실하게 이해될 것이다. 표정이 진지하게 바뀐다.



「 토우지? 위원장도 거기에 있는 거야?

 어쨌든 진정하고 설명을 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



『 그 개--오늘, 니한테 부탁받았던 그 버려진 강아지.

 동네 양아치들한티 당했다......』



기어들어가듯이 들려오는 스즈하라의 목소리.

나는 일순간,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다음 순간에는 단순히 잘못들었다고 생각했다.



무겁게 가라앉아 힘을 잃은 스즈하라의 목소리.

나는 그다지, 휴대폰에 직접 귀를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주워 듣고 있을 뿐.

그러니까, 정확하게 알아 들을 수 없었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스즈하라는 잔혹하게도 같은 말을 반복해.



『 미안. 참말로 미안타, 신지.

 내가 힘이 없어가, 그 강아지를 지켜줄 수 읎었다.

 아직 숨은 넘어가지 않았지만, 만신창이다......

 어느 병원에 전화해도 받지 않고, 우째야 좋을지 몰라가......

 이런 작고 약한 것도 구해주지 못하고......내는, 남자 실격이다 ! 』



스즈하라의 목소리가 떨린다.



하지만-- 나의 몸은, 그것보다도 훨씬 강하게 떨려.



......죽어?

저기--「신지」를 쏙 닮은 그 버려진 강아지가?



머리 속이 엉망진창이 된다.



강한 현기증과 구토감에 습격당해서.










올려다보는 것은 검은 눈동자

낯선 타인에 대한 불신과 경계가 가득한 검은 눈동자.

하지만, 사람의 따스함과 상냥함을 요구하며 젖어있는 검은 눈동자.



어디까지나 암비발렌스한 검은 눈동자.

나의 푸른 눈동자를 거울에 비춘 것 같은 검은 눈동자.



사랑스러운「신지」의 검은 눈동자--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방을 뛰쳐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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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하면서 펑펑 울었음...ㅜ.ㅜ

제가 이상한 건가요...글 보면서 왜케 잘 울지...

이걸로 4화가 끝났습니다.

한화 남았지만 분량이 분량인지라 2편으로 나눠서 올라갈겁니다.

진짜 이 작품 번역하기 힘들어요...가슴이 아퍼서...



by 티브 | 2010/01/20 17:18 | [EVA]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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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라그나스 at 2010/01/20 17:31
감사감사~~~
Commented by 수- at 2010/01/20 19:00
고생하셨습니다. 매번 잘 읽고 가요.
Commented by FreeStyle at 2010/01/20 19:22
신지의 역행은 현실이고, 아스카의 역행은 환상일까요?
Commented by 으아아악 at 2010/01/20 21:40
고생하셨습니다.
으아아악 이 작가 마음을 찢어놓는군요
Commented by 드론튀김 at 2010/01/21 02:29
진지모드!! 끝날 때까지 계속 진지모드일듯 개그물이 좋은데. 해피엔딩이였으면좋겠네요ㅠㅠ
Commented by 썩푸 at 2010/01/21 02:32
글 너무 좋네요.. 매번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blakparade at 2010/01/21 09:57
...진지하네요...;;;
Commented by 대실패 at 2010/01/21 11:56
처음 부분이 이해가 잘 안가지만... 멍멍이가 대위기 이군요
Commented by ekxm at 2010/05/23 14:39
흠냐... 이거참.; 했갈리면서 생각할거리가 많네요..ㄲㄲ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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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덧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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